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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지저분한 방에서 일어난다. 내게 매트리스를 내주고 에이시와 써니는 그냥 지저분한 바닥에 침낭을 깔고 잤다. C 15-7히피스럽게 산다는 게 바로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에이시가 맛있는 밥을 해준다. 아시아 음식을 좋아한다며 쌀로 뭘 만드는 데 좀 특이하다. 생쌀을 여러 야채와 기름에 볶다가 물을 붓고 찐다. 그리고 그 사이 감자와 닭고기를 삶고 쪄진 밥에 육수를 살짝 얹은 요리. C 16-1어떻게 만들었건 맛은 참 좋다. 숙취가 조금 있었는데 국물이 있으니 좋다.

오늘은 소피아에 있는 한국친구를 만나기로 했다. 카우치서핑 뒤지다가 한국인 친구가 있어서 연락을 했는데 내일부터 부활절 휴가라서 짧은 여행을 가지만 홈메이트는 집에 있을 거라며 오라 했었다.

이것저것 잘 챙겨준 에이시와 써니에게 인사를 하고 집을 나선다. 소피아는 그리 크지 않아서 금방 연락해둔 친구 인탁이네 집에 도착한다. 홈메이트인 의석이와 만난다. 현대중공업 인턴 사원으로 6개월 파견근무 나온 친구들이다. 집도 좋고, 시내 중심가라 움직이기도 좋겠다. 의석이가 만들어준 맛있는 밥을 먹으며 노닥거린다. C 16-2한국말로 대화하는 게 이렇게 좋을 수가 없다. 나를 초대한 인탁이는 오늘 밤차로 이스탄불 여행을 가고 난 의석이와 지내게 된다.

부활절이 4월 첫째 주말로 알고 있었는데 얘넨 어떻게 계산하는지 불가리아와 몇몇 나라는 이번 주가 부활절이라고 한다. 어찌됐건 내일 이사오기로 하고 난 미하일의 집으로 돌아온다. 어디든 남의 집이지만 그래도 짐이 있는 곳에 돌아오니 이제야 내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이 있다. 정작 미하일과는 별로 어울리지도 못하고 떠나는 구나…

 

덧붙여…
하염없이 즐거운 와중에도 틈틈이 확인하고 있는 총선 결과에 참으로 맘이 답답하다.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로서 불만을 표할 자격은 없지만 분노가 이는 건 어쩔 수 없다. 이 결과가 그렇게 높은 교육지수를 갖고 있는 나라의 이성적 선택인가. 이럴 땐 정말 그 잘난 민주주의가 너무 싫다. 모두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자 한다면 그 모두에게 올바른 정보가 제공돼야 한다. 지금 같은 언론 현실에서는 절대 민주주의가 그 가치를 바로 세울 수 없다. 제발 깨어나다오 대한민국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