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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오늘도 우체국으로 향한다. 버스를 타기 전 담배를 하나 산다. 인도에서는 10개 들이 싱글팩 담배를 많이 판다. 20개 들이 한 갑은 비싼 담배들이다. 가끔 미얀마산 20개 들이 담배가 있는데 맛도 괜찮고 가격도 저렴해서 눈에 띠면 바로 산다. 어제 재상이가 가게를 둘러보다가 그 담배를 40루피에 샀다. 바라나시에선 같은 담배를 처음엔 60루피에 샀다가 떠날 쯤엔 40루피에 샀었고, 아그라에서는 30루피에 파는 집을 발견해서 한 보루를 샀는데 어이없게도 한 보루는 350루피였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길이가 짧은 10개 들이 인도 담배 중 저렴한 게 25루피니 그래도 그게 나아 그냥 샀다. 어제 재상이가 산 가격 40루피도 인도 담배 사는 것보다는 이익이어서 사러 갔더니 오늘은 30루피를 달란다. 아주 멋대로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타고 도착한 곳은 외국에서 오는 소포를 분류하는 곳이다. C 41-1 배달도 안 해주고 통보도 없다. 알아서 와서 찾아가라는 식이다. 말레이시아에서 방글라데시 비자를 받을 때 만났던 그 옹고집스런 담당자 아저씨와 비슷한 분위기의 아저씨 둘이 시크교 터번을 쓰고 자리에 앉아있다. 맞은편에는 많은 소포들이 체계 없이 널브러져있다. 아저씨에게 소포 번호를 내민다.

“소포 찾으러 왔는데요.”
“오늘 끝났어. 내일 와.”
“네? 우체국 4시 반까지잖아요.”
“아니 4시까지야.”
시계를 보니 3시 55분이다.
“아직 4시 아닌데요.”
“지금 끝났어.”

한 숨 한번 쉬고 숨을 가다듬는다.

“내일은 토요일이잖아요.”
“내일도 일 해.”
“내일은 몇 시까지 하는데요?”
“4시. 근데 11시에 와.”
“왜요?”
“점심 먹기 전에 오라고.”
“4시까지 일한다면서요?”

더 이상 대답은 없다. 고개를 우로 45도 갸우뚱, 그와 동시에 커브를 던질 때의 각도로 손목을 튼다. 인도인 특유의 동작 즉 손모가지를 부러뜨리고 싶은 그 동작으로 대답을 대신한다. 이유 같은 건 없다. 그 동작이 나오면 어떤 안타까운 사연이 있더라도 모든 상황은 종료된다. 짜증이 머리끝까지 올라오지만 물건이 내 손에 들어오기 전에 승질을 부리면 일이 더 복잡해질지도 모른다. 참자. 하루만 더 참아보자. 맥이 빠져 의자에 앉아있으니

“뭘 기다려?”
“그냥 쉬는 거예요. 신경 쓰지 마요”

같은 동작으로 응수한다. 돌아 나온다. 어떻게 해야 이놈들 골탕을 먹일 수 있을까? 답답하다.

동네에 돌아와서 바나나를 사려는데 잔돈이 없어 아침에 갔던 가게에서 담배 한 보루를 달라니까 2갑밖에 없단다. 1000루피를 건네니 950루피를 거슬러준다. 이번엔 25루피. 도대체 이 담배의 진짜 가격은 얼마일까? 더 싸졌으니 불평할 일은 아니지만 정가를 알 수 없는 이 시스템에 울화가 치민다. 내 주먹이 아스러져도 좋으니 이놈들 모두 모아놓고 꿀밤 한 대씩 놔주고 싶은 심정이다. 내일도 이 모양이라면 정말 얼마나 화가 날지 가늠이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