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6. 델리 마지막 날 (10월27일 pm2:00 ~ 10월28일 am5:30)
2010. 11. 16. 22:13 |떠날 준비를 한다. 오래 자전거를 타지 않으면 자전거 바퀴에 바람이 빠진다. 온도 때문인지 펑크를 많이 때워서 문제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항상 그렇다. 근데 펌프가 없다. 그때 그때 산 싸구려 펌프는 금방 고장이 난다. 그리고 어제 외장하드 아답터가 갑자기 맛이 가서 난 전자상가 같은 곳으로, 효일이와 재상이는 자전거 전문 매장으로 간다. 아답터를 사와서 좀 있으니 펌프를 사온다. 바람을 빵빵하게 채우고 떠날 준비를 완료한다.
이곳에서 마지막 날을 기념해 맥주를 사온다. 오랜만에 먹는 맥주다. 한국에 있을 땐 일, 이 주일만 지나도 술 생각이 났는데, 이곳의 분위기 때문인지 다른 기본적인 욕구 때문인지 근래에는 술 생각이 별로 없다. 그래도 오랜만에 마시는 맥주가 맛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안주로 양파링을 만든다. 되도 않는 구황작물로 참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본다.
술을 마시며 이런 저런 얘기를 한다. 재상이의 얘기가 폭발한다. 2 개월 정도지만 재상이라는 놈의 성격은 파악했다고 생각한다. 순하고 착한 놈인데 어떻게 말이 이상하게 진행되면서 얘기가 목적이 흐트러지기 시작한다. 사람이라면 모두가 마음 속으로 이해하고 넘어가고 할 수 있는 얘기들을 논리적으로 가다듬지 못하고 뭔가의 쫓긴 나머지 해서는 안 될 얘기들이 오고 간다. 그런 거 좋지 않은데… 세상 모두를 이해할 수 없는 것처럼 세상이 나를 이해하기 바랄 순 없다. 더 안 좋은 건 세상의 이해를 바라지 않는 입장이다. 우리는 이 세상에 사는 존재이고, 서로의 입장을 존중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우리의 삶이다. 자신이 그걸 거부한다고 벗어날 수 있는 게 아니다.
술이 취해도 해서는 안될 말이 있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나기보다 안타까움이 인다. 옹고집이 넘어서지 않는 범위 내에서, 토론이 말싸움으로 변질되지 않는 선에서 자기 주장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쓸쓸한 술자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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