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47. 다시 여행 속으로 (10월28일 pm1:30 ~ 10월28일 pm11:30)
2010. 12. 6. 03:09 |일어나서 짐을 챙긴다. 회사에 간 키산 아저씨는 우리를 보러 일부러 집으로 온다. 긴 시간 짜증도 났을 텐데 한 순간도 눈치를 주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지냈는지 모르겠다며 미안해한다. 내년에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데 거기서 다시 보자고 하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인사를 나누고 자전거에 오른다.
드디어 출발이다. 3주만에 타는 자전거가 어색하다. 늦게 출발했으니 오늘은 도심을 빠져나가고, 다시 주행에 적응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오랜 휴식 후 첫 타임은 언제나 힘들고 뒷목이 뻐근했는데 그런 느낌이 없다. 오히려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어느덧 자전거 타는데 중독이 된 것 같다.
마라톤이나 등산처럼 힘든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유를 과학적으로 해석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 몸 속에서 자체적으로 엔돌핀을 만들어 낸다. 이 엔돌핀은 일반적인 마약보다 수십 배나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해서 몇 번 경험하다 보면 계속 원하게 된다. 평소에 무기력하게 있다가도 힘든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라는 얘기다. 오늘 내가 느낀 상쾌함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중독된다는 걸 그리 긍정적으로 보지 않지만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다간 한국에 돌아가서도 자전거를 못 끊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두 타임을 달리고 해가 져 식당을 찾는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그리고 쌀쌀하다. 10개월 만에 바람막이 점퍼를 꺼낸다. 새벽엔 꽤나 추울 것 같다. 밥을 먹고 잠자릴 물으니 퇴짜를 논다. 좀 더 달려 주유소에서 허락을 받고 텐트를 친다. 3주 만에 텐트를 쳤다. 다시 내 생활을 찾은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다시 활기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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