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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n Korea
Columbia
Scott

일어나서 짐을 챙긴다. 회사에 간 키산 아저씨는 우리를 보러 일부러 집으로 온다. 긴 시간 짜증도 났을 텐데 한 순간도 눈치를 주지 않고, 오히려 편하게 지냈는지 모르겠다며 미안해한다. 내년에 캐나다로 이민을 가는데 거기서 다시 보자고 하니 그저 고마울 뿐이다. C 47-1인사를 나누고 자전거에 오른다.

드디어 출발이다. 3주만에 타는 자전거가 어색하다. 늦게 출발했으니 오늘은 도심을 빠져나가고, 다시 주행에 적응하는데 초점을 맞춘다. 오랜 휴식 후 첫 타임은 언제나 힘들고 뒷목이 뻐근했는데 그런 느낌이 없다. 오히려 상쾌하고 기분이 좋다. 어느덧 자전거 타는데 중독이 된 것 같다.

마라톤이나 등산처럼 힘든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이유를 과학적으로 해석한 글을 본 적이 있다. 사람이 체력의 한계를 느끼면 몸 속에서 자체적으로 엔돌핀을 만들어 낸다. 이 엔돌핀은 일반적인 마약보다 수십 배나 중독성과 환각성이 강해서 몇 번 경험하다 보면 계속 원하게 된다. 평소에 무기력하게 있다가도 힘든 운동을 하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바로 그 때문이라는 얘기다. 오늘 내가 느낀 상쾌함이 바로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뭔가 중독된다는 걸 그리 긍정적으로 보지 않지만 현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이렇게 가다간 한국에 돌아가서도 자전거를 못 끊게 되는 게 아닐까 싶다. C 47-2

두 타임을 달리고 해가 져 식당을 찾는다. 해가 많이 짧아졌다. 그리고 쌀쌀하다. 10개월 만에 바람막이 점퍼를 꺼낸다. 새벽엔 꽤나 추울 것 같다. 밥을 먹고 잠자릴 물으니 퇴짜를 논다. 좀 더 달려 주유소에서 허락을 받고 텐트를 친다. 3주 만에 텐트를 쳤다. 다시 내 생활을 찾은 것 같은 이상한 느낌이다. 어쨌든 오랜만에 다시 활기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