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밥을 먹는다. 여전히 짜빠띠와 꺼리. 3주간 밥을 해 먹다가 주행 시작하면서 먹은 자빠띠는 나름 먹을만했는데, 하루 만에 다시 지겨워졌다. 받아들이기 힘든 음식임이 분명하다.
열심히 꾸역꾸역 달려 해질 무렵에 제이푸르에 도착한다. 제이푸르는 핑크 시티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도시 성곽이며 건물에 핑크색 칠이 돼 있어서 그렇다. 왠지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가 인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말하라고 한다면 핑크색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색상이다. 핑크 시티의 유래에 대한 일설에 의하면 당시 왕의 행차를 위해 왕이 좋아하는 빨간색을 건물에 칠하려다가 빨간색 염료가 부족해 희색을 섞어서 핑크색이 됐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정말 못 말리는 나라다.
복잡한 시장통을 벗어나 새로 닦은 듯한 넓은 대로를 타고 연락해 뒀던 카우치서핑 친구네 집으로 간다. 한 시간 뒤 나타난 PJ Jain은 도착하기 전에 연락을 했으면 넓은 친구네 집에 데리고 가려 했다고 아쉬워한다. 이유인 즉 일전에 한 이탈리아 서퍼가 물건에 손을 대서 내쫓았더니 자기 프로필에 악플을 달아놔서 신용을 잃었다며, 아내도 더 이상 사람 들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내준 공간이 옥탑인데 방이 없다. 여기까지 와서 텐트를 치고 자려니 좀 실망스럽다.
그렇게 한숨 쉬며 넋 놓고 있는데 ‘라훌'이란 친구가 온다. 3층짜리 이 집엔 방이 많고 그만큼 세를 사는 사람이 많은데 라훌도 그 중 하나다. 우리가 옥상에서 자야 한다니까 자기가 다른 방에서 잘 테니 자기 방에서 자라고 한다. 미안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제안을 넙죽 받아들인다. 남자 혼자 쓰는 방이라 지저분하기 이를 때 없지만 텐트보다 못한 방이란 없다. 라훌, 피제이제인과 좀 더 노닥거린 후 맥주를 한 잔 한다.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주행 후 휴식은 언제나 달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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