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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umbia
Scott

일어나서 밥을 먹는다. 여전히 짜빠띠와 꺼리. 3주간 밥을 해 먹다가 주행 시작하면서 먹은 자빠띠는 나름 먹을만했는데, 하루 만에 다시 지겨워졌다. 받아들이기 힘든 음식임이 분명하다.

열심히 꾸역꾸역 달려 해질 무렵에 제이푸르에 도착한다. C 50-1제이푸르는 핑크 시티라는 닉네임을 갖고 있다. 도시 성곽이며 건물에 핑크색 칠이 돼 있어서 그렇다. 왠지 예쁠 것 같다는 생각을 할지 모르겠지만 여기가 인도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목에 칼을 들이대고 말하라고 한다면 핑크색이라고 인정할 수 있을 정도의 색상이다. 핑크 시티의 유래에 대한 일설에 의하면 당시 왕의 행차를 위해 왕이 좋아하는 빨간색을 건물에 칠하려다가 빨간색 염료가 부족해 희색을 섞어서 핑크색이 됐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정말 못 말리는 나라다.

복잡한 시장통을 벗어나 새로 닦은 듯한 넓은 대로를 타고 연락해 뒀던 카우치서핑 친구네 집으로 간다. 한 시간 뒤 나타난 PJ Jain은 도착하기 전에 연락을 했으면 넓은 친구네 집에 데리고 가려 했다고 아쉬워한다. 이유인 즉 일전에 한 이탈리아 서퍼가 물건에 손을 대서 내쫓았더니 자기 프로필에 악플을 달아놔서 신용을 잃었다며, 아내도 더 이상 사람 들이는 걸 달가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내준 공간이 옥탑인데 방이 없다. 여기까지 와서 텐트를 치고 자려니 좀 실망스럽다.

그렇게 한숨 쉬며 넋 놓고 있는데 ‘라훌'이란 친구가 온다. 3층짜리 이 집엔 방이 많고 그만큼 세를 사는 사람이 많은데 라훌도 그 중 하나다. 우리가 옥상에서 자야 한다니까 자기가 다른 방에서 잘 테니 자기 방에서 자라고 한다. 미안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그 제안을 넙죽 받아들인다. C 50-3남자 혼자 쓰는 방이라 지저분하기 이를 때 없지만 텐트보다 못한 방이란 없다. 라훌, 피제이제인과 좀 더 노닥거린 후 맥주를 한 잔 한다. 길지 않은 거리였지만 주행 후 휴식은 언제나 달콤하다.C 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