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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얼추 뭄바이에 도착했다. 제이푸르에선 아침 저녁으로 쌀쌀해서 바람막이 점퍼가 필요했는데 1,000km나 밑으로 내려오니 새벽인데도 찬바람이 없다. 뭄바이에 도착한다. 짐을 찾고 나간다. 친구 동생 우진이가 일하는 곳이 150km 거리라 버스를 타기로 하고 터미널로 간다. 한국에 돌아가기로 한 이후로 자전거 타기가 싫다. 터미널에서 버스 요원들과 짐 값 흥정, 짜증이 밀려온다. 짐이 너무 많고 시간도 한정적이라 이 싸움에서 이길 확률은 별로 없다. 언제나 무승부를 노리고 하는 싸움이다. 이번에도 완패는 아니지만 지고 말았다.

버스에 올라 또 두 세시간을 달린다. 날이 덥다. 온몸엔 때꾸정물이 가득해 머리를 한 번 긁적일 때마다 손톱이 새까매진다. 버스에서 내리니 우진이가 일하는 곳까지는 20여km. 자전거에 오른다. 도대체 어디서 무슨 공사를 하는 것인지 인도에 들어와 처음으로 산길을 경험한다. 몸은 찝찝하고 날은 뜨겁고 자전거는 느릿느릿. 무언가를 포기 또는 각오하는 것과 안 하는 것은 너무나 달라서 자전거에서 벗어나고픈 욕망이 조금이라도 생기면 이것처럼 짜증나는 일이 없게 된다.

현장에 도착해서 우진이를 만난다. 시원한 물을 마시고 그의 숙소로 향한다. 숙소까지 또 20km. 으휴… 숙소에 도착하니 에어컨과 뜨신 물 샤워가 기다리고 있다. C 57-2이틀간의 꾸정물을 씻어내니 이제 사람 사는 것 같다. 잠시 노닥거린 후에 식당으로… 오늘의 메뉴는 콩국수. 난 사실 콩국수를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밑반찬을 세 번이나 갈아치우며 김치와 먹는 콩국수는 지금 우리에겐 천상의 음식이다. C 57-1이곳 직원 분들과도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며칠 간 신세에 대한 양해를 구한다. 배터지게 먹고 들어오니 위전에서 술 한잔 하자 부르신다. 어르신들과 앉아 간단한 폭탄주 건배. 타지에서 만나는 한국분들 특히 어르신들은 하상 뭐 하나라도 챙겨주려 한다. 내일 일도 있고 해서 짧은 술자리를 정리하고 방으로 들어온다.

노트북을 켜고 비행기를 예약한다. 11일 저녁 도착. 우린 내일 모레 다시 뭄바이로 가서 쿠알라룸푸르로, 거기서 재상이는 방콕에서 여자친구와 조우하기 위해 헤어지고 우린 그 다음날 재상이에 자전거를 가지고 한국땅을 밟는다. 한국이 좀 더 가까워졌다. 아침까지 영화를 본다. 우진이의 출근 시간을 맞춰 나온다. 하필 오늘 다른 근무지로 파견을 나간다고 한다. 만나자마자 이별이다. 같이 아침을 먹고 우진이는 출근한다. 우리는 오늘 하루 더 머물고 내일 떠난다. 밤을 샜더니 졸리다. 자야겠다. 에어컨이 있지만 그리 덥진 않다.